김가슬 개인전: No.1~83을 이용한 드로잉

페이지룸8

2023년 3월 18일 ~ 2023년 4월 9일

페이지룸8이 2023년에 선보이는 ‘모나드 판화(Monad Printmaking)’는 판화의 기법과 개념을 자신의 작업에 도입하여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네 명의 작가 –김가슬, 윤일권, 지야솔, 한지민- 를 개인전 형식으로 소개하는 프로젝트이다. 동판화(김가슬), 리노컷(한지민), 석판화(지야솔) 등 다양한 판화를 비롯하여 판화 개념을 도입한 입체, 설치 작업(윤일권)도 선보인다. 나아가 작가 1인이 실현하고 있는 디자인, 영상, 퍼포먼스, 그림책 등 대중적으로 파생되고 있는 다양성을 볼 수 있다. 무엇으로 나눌 수 없는 궁극의 실체라는 철학 용어인 ‘모나드(monad)’처럼 타 장르에 귀속되지 않은 채, 판화를 온전한 하나의 시각 예술로서 바라보고자 한다.

 김가슬 작가의 작업은 원형, 사각, 직선, 곡선, 타원 등의 변주로 이루어진 구성이다. 무채색 톤으로 채워지고 비워진 면들의 배치는 율동감과 깊이를 만든다. 기본 도형으로 이토록 다양하고 아름다운 경우의 수를 시각화하는 작업들은 제작 과정에 대한 궁금증을 자연스럽게 유발한다. 김가슬 작가의 작품 속 형상에서 감정과 감성의 해석과 그 실마리를 발견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작가가 (동)판을 다루는 태도는 다정할 정도로 섬세하다. 2018년부터 동판을 세공하고 판에 일일이 번호를 매겨 현재까지 83개의 판을 제작했다. 작가가 어루만지고 수집하고 있는 판들은 에칭(etching)과 애쿼틴트(aquatint) 기법으로 형태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행위를 수반한다. 종이를 맞대어 프레스기를 돌리기 전까지, 선을 새기고 화학 물질로 동판을 부식시켜 잉크가 묻을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은 모두 하나의 대지와도 같은 판에서 차례대로 촉발되는 것들이다. 

김가슬 작가의 드로잉 시리즈에 사용되는 판 수는 현재까지 83개이다. 이번에는 65개의 판을 120여 회를 찍어 완성한 작업들을 소개한다. 단, 에디션은 없다. 작가의 에디션 체계는 하나의 판에서 생성되는 종이 에디션 개념과는 다르며 하나의 판에서 형태를 구분하여 줄칼로 자르고 다듬어 제작되는 순서대로 판에 번호를 붙인다. 예를 들어 74번째 전체 판에서 나온 두 번째 판은 “No.74-2”로 구분한다. 이것은 마치 베게너가 주장한 현 지구에 존재하는 여러 대륙이 하나의 커다란 초대륙으로부터 쪼개지고 이동했다는 학설을 떠올리게 한다. 2개 이상의 판으로 구성될 때 판을 이용한 ‘드로잉’이라고 표기한다. 이 판들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이미지들의 조합은 작가의 직관과 감성을 드러내는 판의 연대기로 거듭난다. 83개의 판에서 파생된 추가 판들로 완성할 수 있는 동판화는 사용가능한 판의 수, 판들의 배치 등 수많은 경우의 수를 품은 채 판의 크기에 대한 제약을 판 안에서 극복한 작가의 실험적인 작업 지형도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김가슬 작가가 판을 통해 할 수 있는 작업 형태들이 대거 등장한다. 30여 점의 동판화를 비롯하여 판을 석고에 찍은 석고 즈리, 동판을 실크스크린으로 변환하여 특수 잉크로 직접 제작한 유리잔, 티셔츠 등 굿즈도 소개한다.

참여작가: 김가슬 Kim Ga Seul

출처: 페이지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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