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타이밍이다⟫는 지속과 순간에 관한 몇 가지 단상을 담은 전시다. 엘리펀트스페이스의 재개관전으로 기획된 이 전시는 우리가 느끼고 살아가는 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서교동 시절 개최되었던 ⟪유목증후군: 어둠이 낮보다 먼저 오듯⟫(2018)과 ⟪백야⟫(2019)의 연장선상에 있다. 두 전시가 ‘동시대 예술에서 시간성의 탐구’라는 형식적 맥락을 공유하고, ‘노마드’와 ‘욕망’이라는 주제로부터 시간의 이미지를 길어 올리는 순간들로 이루어졌다면, ⟪사랑은 타이밍이다⟫는 특정한 장소로 당신을 초대함으로써 당신에게 말을 건넨다. 2021년이 끝나가고 2022년이 시작된 어느 날, 바야흐로 도래하는 연남동 시대를 맞이하여 권혜원과 최하늘이 당신과 함께―서로 시간이 맞는다면―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선택한 곳은 ‘사랑’이라는 구체적 보편성의 장소다.
이번 전시에서 권혜원은 여러 장소에서 각각 다른 방식으로 촬영한 연속된 이미지들을 통해 시간을 수집하는 과정을 화면에 담았다. 모란 앞에서 28일 동안 5초마다 사진을 찍었고, 벚꽃 나무 아래서 한 장의 사진마다 15초의 시간을 담았다. 일시적 순간을 붙들고자 하는 욕망은 특정 대상을 관통하여 ‘현재’라는 순간을 촬영하는 행위를 통해 일련의 이미지들로 치환되어 나타난다. 이렇게 수집된 순간들은 작가 자신에 의해 ‘일종의 시간 실험실’로 비유되는 편집 프로그램을 거쳐, 하나의 타임라인 위에서 싱글 채널 영상으로 구성된다. 이 작품의 시간은 앨런 라이트맨(Alan Lightman)의 소설 『아인슈타인의 꿈』(1992)에 등장하는 비선형적이며 다양한 모양의 시간들처럼 이리저리 움직이고 흐른다. 경험된 시간을 통해 새롭게 구축된 시간은 경험되지 않은 또 다른 차원의 시간을 선사한다.
최하늘은
유한한 존재의 사랑에 관한 세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두 점의 휴먼 스케일 조각은 자신과 연인을 상징한다. 이것은 사랑에 관한 매우 개별적이면서도 가장 보편적인 해석을 보여준다. 조각은 장면이나 인물에 대한 묘사 없이 고요하게 선 채, 물성 자체로 사랑을 은유한다. 〈내우주〉는 주변의 빛을 흡수하고, 〈너거울〉은 주변의 빛을 반사한다. 두 조각은 생김새는 다르지만 누가 보아도 서로 잘 맞는 한 쌍이며, 서로를 감싸고 채우는 이상적인 연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심장을 닮은 〈우리노력〉은 치과에서 본을 뜰 때 사용되는 알지네이트로 만들어져, 굳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수시로 물을 뿌려 촉촉하게 유지해야 한다. 두 존재가 우연히 만나 한순간 '너는 나의 우주, 나는 너의 거울'이라 느끼는 것이 사랑이라면, 그 사랑을 지속하는 데에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매끈한 조각 위의 손자국, 손으로 주물러 본을 뜬 듯한 생김새 등은 연인 간의 내밀하고도 촉각적인 연결을 만들어낸다.
참여작가:권혜원,
최하늘주최:
엘리펀트스페이스기획:
송가현전시보조:
박소언, 우지현그래픽디자인:
김정욱번역:
박재용(서울리딩룸)운영총괄:
이현인기술지원: 정해수
출처: 엘리펀트스페이스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