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현, 유철양: 그러니 홀로 춤을 추거라

무음산방

May 23, 2023 ~ June 4, 2023

만약 그것이 죽음 그 자체에 속한 것이었다고 한다면? 그러니 홀로 춤을 추거라.

본 전시의 제목은 장 주네(Jean Genet, 1910~1986)의 글 『외줄타기 곡예사』에서 인용하였다. 삶과 죽음은 반의어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동의어에 가깝다. 곡예사에게 죽음이란 추락의 결과가 아니다. 죽음은 이미 그의 등장에 앞서 나타난다. 삶과 죽음은 시작과 끝이 없는 하나의 줄 위에 촘촘하게 얽혀있다. 우리가 감각하는 것들은 살아있음과 동시에 죽음에 맞닿아있다. 

‘그러니 홀로 춤을 추거라’는 삶과 죽음,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왕복 운동의 공간 속으로 관람자를 초대한다. 권지현은 우리가 느끼고 감각할 수 있는 세계와 의식으로는 알아차릴 수 없는 세계가 그물처럼 이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죽고 사라진다는 사실은 한편으로 모두가 연결되어 있음을 문득 드러낸다. 작가는 이 그물 안에서 자신이 어디쯤에 위치해 있으며 무엇과 연결되어 있을지를 탐구한다. 작가의 작업은 죽을 때까지 파악할 수 없는 이 그물망을 끊임없이 더듬어 나가는 행위이자 잡히지 않는 ‘ 어 떤 것’을 물질로 변환해 붙잡아두려는 염원이다. 유철양의 비석 작업은 조부모님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하였다. 먼저 떠난 이들에 대한 기억은 주변의 대화, 우연히 마주친 장면 등 일상 속에서 불쑥 떠오른다. 그 순간은 너무나도 생생하여 당장이라도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온기로 느껴진다. 죽은 사람을 여기로 불러오는 추억은 나의 현실이 다른 세계와 연결되어 있음을 감각하게 한다. 전시장 곳곳에 놓인 작가의 비석 작업은 이러한 죽음에 대한 감각을 수면 위로 띄어올린다. 

전시는 두 개의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1부에서는 각자의 이야기가 한 공간 안에서 뒤섞일 때 발생하는 극적인 순간들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 미세한 찰나를 붙잡기 위해 균형을 맞추고 조율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작품과 공간 속 모든 요소가 하나의 조각으로 연결되는 지점을 탐색한다. 전시 작품 중 <먼 곳>은 작가가 상상하는 다른 차원의 세계를 창문 밖의 풍경으로 보여준다. 창밖에 멀리 떨어져 있어 도달할 수 없을 것 같던 장면은 2부에서 실제 공간으로 일부 구현된다. 구조물 안으로 들어서면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상상하고 탐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드로잉, 글, 사진, 조각들을 마주할 수 있다. 

1 Jean Genet. 조재룡 역 (2015). 『사형을 언도받은 자/외줄타기 곡예사』, 서울: 워크룸프레스.: Jean Genet (1999), Le Co ndamné à mort et autres poèmes, suivi de ' Le Funambule’. p.134. 

작가 소개
권지현(b.1997)과 유철양(b.1996)은 자신들이 감각하는 세계를 도자, 회화, 판화, 사진, 가구 등 다 양한 매체로 보여준다. 각자의 이야기가 한 공간 안에서 뒤섞일 때 발생하는 극적인 순간들이 있 다. 이 미세한 찰나를 붙잡기 위해 균형을 맞추고 작품 속 모든 요소가 하나의 조각으로 연결되 는 지점을 탐색한다. 


일정
1부 : 5월 23일(화) - 5월 30일(화)
5월 31(수) 휴관
2부: 6월 1일(목) - 6월 4일(일)


출처: 무음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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