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서서>전은 6인의 작가들(홍범, 권자연, 이배경, 이소영, 김도균, 김수영 이상 전시진행 순서순)과 1명의 큐레이터(이성휘)가 세운상가 4층에 있는 공간인 ‘4트ㄱ004’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두 번째 전시이다. 전시의 일회성과 순간성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하게 된 이 프로젝트는 6월부터 12월까지 6번의 전시로 진행되는데, 이 6개의 전시가 끝나고서야 비로소 하나의 프로젝트가 마무리 된다. 첫 번째 전시는 홍범의 <나의 창> (6월5일-7월18일)이라는 전시였으며, 8월 4일부터 <스스로 서서>전이 두 번째로 진행된다.
전시가 갖는 일회성과 순간성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하면 전시라는 것이 좀 더 시간성을 유지하며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실험이기도 하다. 6인의 작가들은 바로 앞에서 진행된 작가의 전시 중에 내용적인 면이나 형식적인 면을 발췌하여 그 다음 작가가 연결하여 진행하는 방식으로 릴레이 형식의 전시를 만들어 보기로 하였다. 6개의 전시는 독립적인 개체로서 의미를 갖기보다 서로가 유기적인 형태로 연결되는 하나의 큰 덩어리로서 작업이 될 것이다.
<스스로 서서>는 이 프로젝트의 두 번째 전시로 나는 첫번째로 전시를 진행한 홍범 작가의 작업 중에서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기억’이라는 것과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비움’이라는 큰 두가지 틀로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홍범 작가가 <나의 창> 작품들에 담은 기억이 극히 ‘사적인 기억’들이라면, 나는 그것을 세운상가와 연결하여 ‘공적인 기억’으로 만들어 간다. 나는 세운상가가 세워진 이후로 세운상가의 세월을 켜켜이 머금고 있는 벽들을 기록한다. 벽들은 스스로 서서 품어온 흔적의 형태들을 보여주는데, 그것들은 얼핏 평범하지만, 어쩌면 세운상가에서 20년, 30년, 40년을 버틴 혹은 거쳐간 어떤 이들의 기억이자 어떤 이들의 사건일지 모른다.
나는 세운상가의 다양한 벽들을 촬영한 후 포토샵으로 그것의 색을 빼는 과정을 통해 흔적 즉 기억을 드러낸다. 그것은 마치 ‘디지털 탁본’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과정을 담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홍범 작가가 공간을 가득 채워서 쇼윈도우의 형식을 취한데 반해 나는 그 공간을 물리적으로 비움으로서 사람들이 들어와서 볼수 있는 하나의 작은 전시공간으로 작동하도록 할 것이다.
출처 : 4tk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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