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다른
사람들은 ‹도서관›이라 부르는)는 부정수 혹은 무한수로 된 육각형 진열실들로 구성되어 있다.”— 보르헤스,「바벨의 도서관」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2021: 멀티버스»는 기술 발전으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의 양상을 다양한 형식의 예술과 기술을 통해 질문하고 사유해보는 시도이다. 이 프로젝트는 최근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비판적으로 접근하면서 이러한 기술과 동시대 예술이 제안하는 시각성, 시간성, 신체성, 공간성 등을 실험해 볼 예정이다. 권하윤, 김치앤칩스, 서현석, 안정주/전소정, 정금형, 후니다 킴까지 총 6팀의 작가가 참여하며, 이들은 실제와 유사한 지각 경험을 제공하는 최근의 몰입형 기술(VR), 인간의 물리적 운동 능력을 대체하려는 로봇, 우리의 학습과 추론 능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 (AI) 그리고 스스로 주행 환경을 인지하고 주행을 계획하고 제어하는 자율주행 기술(LiDAR 센서나 자율주행 알고리즘) 등을 활용하여 신작을 제작한다.
이번 다원예술 프로그램의 키워드는 ‘멀티버스 (Multiverse)’이다. 우리 우주 외에 여러 우주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다중우주론은 물리학에서 시작하여 최근에는 SF 소설이나 영화 등의 대중 문화 등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 용어이다. 모든 가능한 우주를 생각해 보는 멀티버스는 ‘실체’에 대한 질문이자, 세계에 대한 관점 변화를 의미한다. 우주(UNI-verse)라는 단어에는 ‘유일함’과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기에 멀티버스는 그 자체로 모순이지만 최근의 물리학과 여러 최첨단 기술은 “세계가 우리가 생각한 실체의 전부가 아닌, 더 크고 은밀한 어떤 실체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있다. 양자역학은 동일하지만 다른 역사를 가진 중첩되지만 어긋나있는 여러 우주, 심지어 ‘여러 명의 나’가 존재 한다는 것을 평행 우주로 설명한다. 기술의 발전은 인공 의식(새로운 감각과 또 다른 주체)과 완벽하게 시뮬레이션 되는 환경(시뮬레이션 우주)이 불가능이 아니라고 언급한다.
예술
역시 비슷하다. 오랜 기간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해왔고, 새로운 감각과 인식의 (불)가능성을 실험해왔으며, 늘 고정된 주체를 의심해왔다. 6작가의 월별 프로그램으로 진행될 이번 프로젝트는 평행한 우주를 형성하고, 허구를 실재하게 하며, 감각기관을 통해서만 인식할 수 있는 우리의 이성의 한계를 드러내고, 세계와 세계의 관계를 묶으며, 실체를 추상적인 관념 세계에서 구체적인 기술/ 예술 세계로 끌어내리려는 시도이다. 멀티버스는 다원주의자의 우주이며, 기술과 예술은 여러 세계를 잇는 마디일 것이다. 물론 여러 우주는 결함과 변칙을 드러내고, 기술과 예술은 세계 간의 간극과 이음새를 숨기지 않는다.
신청하기
http://multi-verse.kr/
http://www.mmca.go.kr/exhibitions/exhibitionsDetailDawon.do?exhId=202102030001394
일정
2월 12일 - 3월 28일
권하윤:
잠재적인 마법의 순간을 위한 XX 번째 시도퍼포먼스, VR, 35분
3월 16일 -4월 16일
서현석: X(무심한
연극)설치, 퍼포먼스, VR, 40분
5월 14일 - 8월 1일
안정주/전소정: 기계 속의 유령
설치, 단채널비디오
6월 11일 - 9월 24일
김치앤칩스: 헤일로, 무제
설치
8월 20일 - 10월 3일
정금형: 장난감 프로토타입
설치, 로봇조각, 다채널비디오
10월 22일 - 12월 5일
후니다
킴: 디코딩 되는 랜드스케이프퍼포먼스,
설치
참여작가: 권하윤, 서현석, 안정주/전소정, 김치앤칩스, 정금형, 후니다 킴
※ 본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의 '2020 국립문화시설 실감 콘텐츠 체험관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됩니다.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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