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의 재료

블루메미술관

2020년 4월 25일 ~ 2020년 9월 13일

공감을 통해 집단은 안정되어 빠르게 평상시 활동이 회복된다. 동물행동학자인 프란스 드 발은 『공감의 시대』에서 공동체의 생존에 필수적인 모든 사회적 가치는 공감본능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미술관 관객의 생물학적 본성에 주목하며 이 전시는 인간의 공감본능이 작동하는 지점으로써 ‘재료’에 주목한다. 관객을 구성하는 재료와 작가의 재료가 어떻게 서로 반응하는가 그 작동원리와 양상을 살펴보며 미술관에 존재하는 유무형의 재료들이 서로가 서로를 사용하며 만들어내는 생명현상으로서의 예술경험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관객의 재료를 많이 움작이는 작품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개인의 다양한 내적재료에 주목해온 상담전문기관 그로잉맘과 협업하여 이 전시는 8명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재료는 사실 무한하다. 작가가 작품으로 들여와 사용하는 것은 거의 모든 것이다. 물리적, 물질적, 언어적인 것, 순간적인 것에서 항구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재료는 분류가 가능하다. 골라 선택할 수 있고 담고자 하는 이야기와의 짜임도 가능하다. 때로 물적기반을 지닌 재료에 이끌리어 작품이 시작되기도 하고 재료의 몸을 감춘 채 추상적인 구조의 사고체계가 작품의 전면을 이루기도 한다. 재료는 작품의 문을 열기도 하고 닫기도 한다.

그런데 또 하나의 재료가 있다. 소통을 전제로 나아오는 작품에서 작가는 사실상 다른 재료도 쓰고 있다. 그것은 부피도 형태도 없고 측정가능한 범주도 없다. 어떻게 고정할 수 있는지, 얼만큼 소진되는지, 발현되는지 예측할 수 없다. 바로 관객이 들여오는 재료이다.

작품은 관객이, 정확히는 어떤 관객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고,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다고 느끼는가. 근대 응시의 주체에서 몸을 들고 나아오는 신체적 주체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관객의 존재를 제로로 두기도 하고 청자에서 화자의 위치까지 올려놓기도 하였다. 그러나 단순히 관찰가능한 관객반응의 현상 이상으로 작품은 관객의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작가의 내적동기가 일으켜 세운 작품은 이를 찾아온 관객의 내적자원을 당겨온다. 인간 개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의 전제를 그가 가진 '재료'의 차이라 설명하는 심리상담가의 말에서 시작된 이 전시는 세상의 모든 재료를 사용하는 작품이 그보다 더 무한히 다양한 관객의 내적재료와 만나는 모습에 주목하고자 한다.

비가시적이지만 분명 또 하나의 요소로 존재하는 관객의 재료는 개별개인이 타고난 양은 같되 서로 다른 속성값으로 작품에 대한 경험과 그 의미를 구성한다. 하나의 열린 구조안에서 작가와 관객의 재료가 다양한 경험의 스펙트럼을 만들어내며 작품의 의미를 다층화하는 것이다. 일방적인 발언의 의사를 지닌 작품조차도 공간으로 나아온 재료를 끌어쓰고 있다. 관객이 서있는 전시장은 기실 온통 심리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전시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재료로 사용한다. 작품과 관객이 그리고 관객과 관객이 서로의 재료를 쓰고 또 쓰이는 그 교환과 작용의 언어를 읽어보고자 한다.

참여작가
손경화, 우한나, 유비호, 이병찬, 장성은, 정성윤, 조현, 최성임

출처: 블루메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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