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가 영원히 현재로 오고 있다 All the Past Comes to the Present

하이트컬렉션

Nov. 17, 2023 ~ Dec. 24, 2023

빛을 향한 노스탤지어
이성휘

하이트컬렉션은 2014년부터 연례적으로 개최해 온 젊은작가전의 일환으로 《과거가 영원히 현재로 오고 있다》를 개최한다. 올해는 광속으로 달려 나가고 있는 젊은 세대들의 영상에 대한 감각을 살펴보고자, 영상/ 무빙 이미지에 실험적으로 접근하는 네 명의 작가 곽소진, 권희수, 민혜인, 정여름의 작업을 소개한다. 이들 중 몇몇은 카메라를 비롯한 촬영 장비의 작동 방식과 원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광학기계가 이미지를 포착하는 원리와 인간의 시지각과의 관계를 탐구한다. 또는 영화의 장르적인 특징과 그 외 아방가르드 영화 거장들의 실험을 참조하기도 한다. 또 1970년대 일부 퍼포먼스 비디오 작가들처럼 영상/ 무빙 이미지를 공간상에서 시시각각 움직이는 조각처럼 다루기도 하고 일종의 물리적 실험 대상으로도 취급하면서 마술에 가까운 광학 실험을 선보이기도 한다. 블랙박스 영상이나 CCTV 영상, 유튜브, 밈 등 오늘날 일상에서 손쉽게 접촉하는 자극적인 시청각 경험을 작업의 소재로 삼기도 한다. 특정 장소에 대한 기억과 역사를 다루면서 사진과 아카이브 자료 등에 담긴 기억을 빌려와 이를 묵직한 서사로 엮어내기도 한다. 네 사람의 관심사는 일면 겹치는 듯 보일 수도 있지만, 출품작 면면을 살펴본다면 각자의 관심사와 방법론이 분명하게 구별될 것이다.

네 명의 작가들과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필자는 하이트컬렉션 전시공간에 대한 작가들의 반응이 흥미로웠다. 작가들은 전시장을 방문할 때마다 전시장 한복판을 점유하고 있는 서도호의 <인과>와 빌딩 글래스 월, 그리고 실내 유리 난간에 비치는 빛들이 시시각각 만들어 내는 장면에 감탄하곤 하였다. 그 장면에는 빌딩 출입자들과 영동대로를 달리는 차들의 실루엣도 찬조 출연하곤 하였다. 필자에겐 익숙했던 장면들이었으나 작가들의 반응을 보면서 새삼스럽지만 매일 매 순간 이 전시장에는 이미 빛과 공간, 환경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이러한 장면들이 영상/ 무빙 이미지로 존재해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즉 빛이 곧 영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파트리시오 구스만의 영화 <빛을 향한 노스탤지어>(2010)가 떠올랐다. 이 영화에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 천문대에서 근무하는 천문학자와 사막 한가운데서 뼛조각을 찾는 여성들이 중요하게 등장한다. 평생 별빛만 관측하는 천문학자는 우리가 보는 별빛이 먼 과거로부터 온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수십 년 동안 작은 삽 하나로 칠레 군부 독재에 의해 희생된 가족의 유해를 찾고 있는 여성들은 파도 파도 끝이 없는 광활한 사막을 야속해한다. 아타카마 사막에서 천문학자와 희생자 유가족이 각기 찾고 있는 별과 뼈는 모두 칼슘이라는 무기질 성분을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다. 칼슘은 우주의 기원과 관계가 깊은데 우주상에 존재하는 칼슘은 초신성이 폭발할 때 나온 엄청난 에너지로 인해 대부분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칼슘뿐만 아니라 우리 몸을 구성하는 각종 원소들은 우주의 생애, 특히 별들의 생애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칼 세이건은 우리가 별의 물질로 만들어졌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필자는 별빛이 가장 오래된 영상/ 무빙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이미 백남준이 “달은 가장 오래된 TV”라고 했던 바 천체를 이미지와 연결 지어 생각하는 것은 새롭지 않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도 별빛은 먼 과거로부터 영원히 현재로 오고 있는 무한한 영상/ 무빙 이미지라는 점에서 매혹적이다. 빛에 대한 사유로 영상/ 무빙 이미지를 접근하는 것이 낭만적인 태도로 보일 수도 있으나 매우 실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이 전시장에는 트리니트론 TV, 4K LED TV, 인터벌 서치 라이트, 350/ 6000/ 7000 안시의 빔프로젝터들이 한 데 모여 있다. 지난 수십 년 간 인류가 성취한 광학 기술이 한 자리에 있는 것이다. 이 장치들만 봐도 영상/ 무빙 이미지는 광학과 불가분의 관계이며 광학이 곧 영상/ 무빙 이미지의 근현대사라고 할 만 하다.

한편, 일반적으로 전시에서 영상/ 무빙 이미지는 복제 가능한 데이터 파일이라는 조건 하에서는 전시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는 일종의 비물질로 취급된다. 그리고 미술사는 영상/ 무빙 이미지를 비물질로 접근해 온 역사가 있다. 영상/ 무빙 이미지는 질량도 부피도 없다는 것일까? (증명할 수는 없지만 필자의 개인적 소신은 데이터도 질량을 가지고 있는 물리적 실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시를 실현하는 입장에서 영상/ 무빙 이미지는 상영을 위한 장치나 프로그램과 무수한 마찰과 변수를 만들고 전시 공간을 점유한다는 점에서 지독한 물질적 대상이자 까다로운 존재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별의 물질로 만들어졌듯이 영상/ 무빙 이미지 역시 별빛으로부터 출발했다는 점에서 우주의 물질이다.

이 전시는 이성휘와 조은채의 공동기획으로 제작되었으며, (재)하이트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주) 하이트진로가 후원한다.

참여작가: 곽소진, 권희수, 민혜인, 정여름
기획: 이성휘, 조은채
그래픽 디자인: 마카다미아 오!

전시 공사: 김준호
영상 설치: 미지아트

주최: 하이트문화재단
후원: 하이트진로(주)

*전시의 국문 제목은 오영진 교수의 글 「정여름론: 과거가 영원히 현재로 오고 있다」(뉴 래디컬 리뷰 창간호, 2021)에서 인용했습니다.

출처: 하이트컬렉션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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