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손: Michel

얼터사이드

2021년 7월 18일 ~ 2021년 7월 31일

열 넷이 있는 열나흘

1. 당신, 미셸의 방에서의 시간을 기억해?

2. 결코 마침표를 찍을 수 없는 나의 세계를 덜어내 보여준다는 것, 매혹적이고도 곤란한 동시에 사려 깊은 일이지. 그가 만들어내는 물질과 비물질을 조각으로 한데 모아 부를 수 있다면, 그의 조각 역시 그래. 그의 조각은 다른 누군가가 조각에 전할 온도, 누군가와 조각 사이의 거리, 조각과 조각 사이에서의 누군가의 발걸음, 조각을 쓰다듬는 감촉 같은 것들을 염두에 둔 것처럼 보여.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모든 움직이는 것들을 인정하고, 움직이는 데에 동참하고, 움직임을 껴안지.

3. 그의 손에 달라붙는 재료들은 도무지 단단하지 않아. 그의 손이 움직이는 방향과 속도, 기울기에 따라 오래 전부터 준비되었다는 듯, 재료들은 자신의 형체를 이내 드러내 보이곤 해. 쉽게 부풀고 미련 없이 잘려 나가는 성질들. 선명하게 보이는 빈틈과 무한히 유쾌해지는 조각의 접면. 굳이 괜한 방법론과 규칙을 부여하지 않더라도, 조각의 작은 완성을 알아챌 수 있다는 것. 그의 조각에서 둔탁하게 돌출되고, 불균형하게 뻗쳐나가는 부분은 그의 오롯한 시간이자, 그가 분주히 선택했던 움직임이니까. 부풀어 있는 부분에서 선을 더 빼줘야만 생기는 맵시에 관해서, 그는 안 보이게 까다롭더라.

4. 당신, 미셸의 방에서의 몸짓들 기억해? 그의 조각이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다고 해서, 그의 조각이 자신에게 움직임을 부여해줄 누군가를 고대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은 당신도 알겠지. 조각은 다만 그곳에 있다가, 다른 곳에도 있게 될 뿐이야. 미셸의 손길과 온기, 속도와 무게 같은 것을 조각이 오히려 드러내 주는 것에 더 가깝지. 조각이 없었다면, 미셸의 손짓은 허공을 휘저었을 뿐일 테니까. 조각이 없었다면, 미셸의 걸음은 하염없는 공백이었을 테니까. 그치만 이건 조각에게도 마찬가지라고, 그는 생각했을 것 같아. 그가 보고 싶었던 건, 괜한 꾸밈이랄 게 없는 미셸의 몸짓이 조각과 겹쳐지는 장면이었을 테니까. 조각과 미셸 사이에 기분 좋은 긴장이 감도는 순간일 테니까.

5. 그가 굳이 조각이라고 부르지 않았는데도, 그걸 조각이라고 부를 때 생기는 포만감을 좋아해. 그의 조각은 눈에 안 보이는 데까지 감지하게 하니까. 예전에 그가 먹는 조각을 준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먹는 것은 사실 보는 것이더라. 폭신한 앉는 조각도 내어 줬었는데, 알고 보니 만지는 것은 사실 솔직해지는 것이더라. 소리 나는 조각도 들려줬었는데, 알고 보니 듣는 것은 사실 선택하는 일이더라. 그는 매일의 세계를 끌어안듯, 알 수 없는 시간을 조각과 함께 품어보겠다고 했어. 그에게 주어진 시간을 미셸과 나누겠다고. 조각이 누구랑 어울려 시간을 보내는지, 누가 어디에 조각을 옮겨놓을지, 누가 조각을 삼켜버릴지 모르도록 내버려 두는 게, 조각을 사랑하는 일이라도 되듯 말이야.

6. 당신, 미셸의 색을 기억해?

글 / 박수지

전시 기간내 ‘매일 1회, 오후 7시 정각’에 전시의 움직임이 시작되며 약 20분간 진행됩니다.
관람 인원 제한: 15명(사전 예약제)
전시예약: https://forms.gle/NpWkPTWQjAopsTKa9

미셸
*14일 동안 매일 다른 14명의 미셸이 조각에 움직임을 부여합니다.
임승택, 김세욱, 우혜진, 최희원, 손지형, 고안철, 이선민, 이경훈, 양승진, 이준서, 김도연, 최훈, 이승찬, 차지현, 이호석(Video Only)


사운드: L-like, Shy asian
그래픽 디자인: 이건정
협업: Cemetery Park, Chae Jong Hyeok(ARSIO), Zinzin Kitchen
글: 박수지
3D Visualize: 전찬형
영상 기록: 엽태준, 정지웅
기획, 연출: goyoson

출처: 얼터사이드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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