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회화

이안아트스페이스

2021년 1월 19일 ~ 2021년 2월 23일

지난 한해 우리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놓였고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다. 불빛 한 점 보이지 않는 어둡고 긴 터널을 마주한 것과 같은 거대한 공포감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터널 끝을 향해 끊임없이 걸어나간 한 해였다. 일년이 지난 지금도 그 끝이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끝이 분명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우리는 오늘도 묵묵히 걸어나간다. 현 상황을 곧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전달하고자 이안아트스페이스에서는 2021년 상반기 첫 전시로 ‘검은 회화’展을 기획하였다. 검은색을 접했을 때 보편적으로 느끼게 되는 감정이 있다. 어둡고 무서운, 현 상황에 비유하기에 적합한 색상이다. 그러나 검은 색 안에는 검은 색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검기 때문에 오히려 반짝이며 빛나는 부분도 있고, 검은 색 속의 밝음이 있다. 강유정, 김소정, 김유진, 박주영, 박해빈 총 5명의 작가가 전달하는 검은 색도 하나의 감정만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강유정은 산, 바다, 물, 불 등 우리 주변의 풍경을 무채색으로 화폭에 표현하는 작가이다. 자연의 움직임은 느리지만 끊임없듯 작가는 이 움직임들을 담아냄으로써 삶의 순환과 반복됨을 표현해나간다. 눈 앞에 놓인 자연은 한 순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닌 내면에 깊은 이야기와 역사가 숨어있듯 그녀의 작업에서도 그 깊이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김유진은 취미로 시작하여 꾸준히 해오고 있는 피아노연주를 통해 습득된 추상적 균형감각을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구축하고 긴장과 이완이라는 음악적 요소를 시각적으로 표현해나간다. 그녀의 작품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시각과 청각의 자극을 동시에 경험하게 해준다. 음악을 통해 균형감각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시각적 형태로 표현한 작가는 우리의 일상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부정적인 상황, 갈등 등을 음악적 균형감각으로 풀어나가기를 희망한다.

김소정의 작품은 특정 사물 혹은 상황 등을 응시함과 동시에 시작된다. 우리 눈에는 하루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것들이 담기게 된다. 응시한다는 것은 눈길을 모아 한 곳을 똑바로 바라본다는 것으로 단순히 우리의 망막에 형상들이 맺힘과 동시에 다른 형상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작가는 응시하는 행위를 토대로 수집된 매체를 작품 속에 기록해나간다.

박주영은 세밀한 획을 통해 풍경을 담아낸다. 자신의 온 감각을 일깨워 풍경의 잔상으로부터 펼쳐지는 심상을 표현한다. 분명 존재하지만 뚜렷하게 형상을 표현할 수 없는 대상들이 존재한다. 기압의 변화로 형성되는 바람이라는 대상이 그러하다. 작가는 바람이 불었을 때의 움직임들을 상상하여 형상화한다. 바람에 흩날리는 듯한 획을 통해 부여된 형상은 분명 평범하고 일상적인 풍경임에도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녀만의 상상력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박해빈의 작품은 어둠이 짙게 깔린 모래사장 혹은 사막을 떠오르게 한다. 어둠 속에 갇혀 버린 것 같은 공포와 두려움이 내 몸을 감싸오지만 시간의 흐름과 동시에 알 수 없는 평온함이 느껴진다.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에 빠져들었는지 점차 벗어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주변의 희미한 불빛들이 하나 둘씩 눈에 드리워지게 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어둠에서 겪을 수 있는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느끼게 해준다.  

다섯명의 작가들의 검은 작품들로 가득 찬 이안아트스페이스에서 색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고 경험해보기를 바란다.

참여작가: 강유정, 김소정, 김유진, 박주영, 박해빈

출처: 이안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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