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현: 그 섬에 네가 닻을 내리면 When You Drop Anchor on the Island

플레이스막1

2021년 10월 13일 ~ 2021년 10월 24일

우리가 태어나서 죽기까지의 시간은 우주의 관점에서 볼 때 찰나에 불과하다. 삶의 시간은 한 순간이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아주 귀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나는 나의 삶 속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왔다. 나는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관계와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세상을 향한 나의 의지를 확인하고 삶을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번 전시는, 어느 날 내가 예기치 못하게 건강을 잃었다가 다시 천천히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 시기의 일들을 담고 있다. 긴 시간을 집에서 고립된 채 보내던 나는, 조금씩 산책을 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늘 지나다니는 공원의 길고양이들을 만나게 된다. 오랜 세월 인간의 곁에서 생활해 온 고양이들은, 야생동물도 가축도 아닌 모호한 입장에서 쉽지 않은 삶을 이어오고 있었다. 따뜻한 봄날 부드러운 햇볕에 몸을 말리고 시린 겨울 빗물에 몸을 떨다가 2년 남짓한 시간을 살고 세상을 떠나는 길고양이들을 보면서, 환희와 고통이 뒤섞인 세상살이에 대한 인상은 더욱 강렬해졌다. 나는 그 속에서 길고양이들이 보여주는 생명의 힘에 큰 위로를 받았다. 곧이어 나는 어미를 잃은 길고양이 두식이와 가족이 되었고, 두식이는 선천적인 장애를 이겨내고 살아남으면서 또 한 번 나에게 용기를 가르쳐주었다. 전시는, 치열한 삶의 현장에 내몰려 있던 길고양이들과 나의 만남, 그리고 가족이 된 길고양이 두식이와 나의 생활을 보여준다.

<그 섬에 네가 닻을 내리면>은, 소외되어 있던 나의 마음속에 닻을 내린 길고양이들에 관한 이야기이도 하고, 이 세상에 잠시 정박해 있다가 돌아가는 모든 존재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일상을 자세하게 보여주는 것으로도 보편의 삶을 말할 수 있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는 나의 그림이, 삶이 너무 무겁고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안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참여작가: 강정현

출처: 플레이스막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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