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프로젝트 서울
2024년 10월 15일 ~ 2024년 10월 15일
현재를 감각하고, 나를 사유하기
나를 이루는 것, 나의 주변을 이루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여기서 출발하는 질문들은 결국 내면에 대한 문제로 돌아간다. 관찰과 탐구가 밖의 것들을, 증상과 행위를 경유하지만 결과 적으로 이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불안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주변에 둘러싸인, 세계 속 ‘나’의 신체나 정서에 집중하기, 일상을 하나의 집합으로 보기. 삶의 이미지일 수도 있고, 더 미시적으로 근육, 뼈, 내장과 같은 기관일 수도 있다. 다시, 흔적과 인덱스를 추적하기. 그것은 작은 사건들로 이루어진 ‘나’를 직시하는 방식이다. 미시적 존재들에 대한 관심은 우리 시대의 불안 을 반영한다. 다만 자신(self)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이기적인지도 모르나, 극단적으로 그런 불안감을 적극적으로 타개하거나/순 응하거나/아예 떨어져 나가는 여러 방식 중 그 무엇도 택하지 않고, 이들은 우선적으로 자기를 돌아보고자 한다.
이현경은 에너지의 흐름이라는 추상적 개념에 집중하면서, 일견 초자연적 믿음처럼 보이는 ‘무생물에 내재된 에너지’라는 상 상력을 동원하여 주변의 환경을 재구성한다. 여기서 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인간, 사물을 비롯한 존재하는 개체들의 유한성에서 비롯한다. 스러져가는 것들은 주변과 상호작용하며 나름대로의 생을 지낸다. 작가는 자신의 감각에 의존하여 일상적 삶 속에서 그런 대상을 포착한다. 화면은 일그러진 몇 개의 덩어리가 중첩된 풍경으로, 유추가 될 법도 하면서 아니기도 하다. 그것은 특 정한 순간이나 대상이기보다는, 오히려 일상들이 겹쳐진 산발적인 기억의 잔재다. 시각적 경험의 압축과 시공간이 혼재된, 그런 ‘조직체들’의 아른거리는 기억을 재해석하여 다시금 구성하고, 뒤엉킨 이미지를 끄집어내어 안착시킨다. 낮은 채도의 덩어리들 은 차분한 듯하면서도 강한 대비를 이루며 불안감을 전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업에는 어떤 끝을 상정한 최후가 깃들어 있다.
이건탁의 화면은 무작정 자라난 식물 줄기, 넝쿨, 그것이 이루는 숲이다. 혹은 핏줄, 내장, 근육의 꿈틀거리는 움직임일지도 모른다. 이렇듯 복잡하게 얽힌 구조물은 하나의 신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작가가 집중하는 것은 나 하나를 제대로 건사 하기, ‘잘 살아내기’다. 일상적인 감각과 징후들을 내장 기관처럼 보이는 형태와 흩뿌림, 색의 조화를 통해 하나의 풍경화처럼 보이게 한다. 매일매일 겪는 일상적이고 사소한, 그러나 생명이 유지되기 위해 필수적인 ‘자동적’ 움직임 – 숨을 쉬고, 심장을 거쳐 핏줄을 타고 산소가 도는 것과 같은–을 예컨대 손목의 맥박을 짚어 가듯이 그려낸다. 이런 과정은 “지도를 그리는 것”1과 같다. 여기서 지도란 흐름, 위치, 정보의 단순/기호화의 문제와는 다소 맥을 달리한다. 마치 해변가를 손바닥으로 가늠하는 것 과 같이, 그보다는 무모하게, 어떤 지형을 최초로 그려내려는 태도의 작업방식은 생명의 움직임을 애써서 감각하려 하는 것 같 기도 하고, 어떤 증명이 필요해서 하는 일인 것 같기도 하다.
두 작가의 화면에는 여러 시간이 담겨 있다. 관찰로부터 자기로 귀결하는 이미지들은 구체적 현상을 지시하기보다는 중첩되 며 변화하는 왜곡된 기억이다. 그러나 이 자기환원적 회화는 결국 스스로를 보살피기 위한 것으로서 존재한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알 수는 없으나. 다시금 전시제목을 떠올리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신포니아는 원래 3분가량의 서문곡으로, 지금의 교 향곡으로 발전했다. 작가들이 전하고자 하는 바, 《Sinfonia》는 지금의 상태에 대한 또 하나의 기록이자 기억, 그리고 분기점이 다. 현재를 감각하고 나를 사유하고자 하는 그런 중간지점으로서 어쩌면 이 전시는 한 국면을 마무리하고 다시 나아가려는 작 가들의 객관화이자 한편으로 교향곡이 되고자 하는 소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손하늘
1 작가노트에서 발췌.
참여작가: 이건탁 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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